"All is very well," answered Candide, "but let us cultivate our garden." - Candide, Voltaire
이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책 읽는 도중 소리내서 웃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책의 주인공 캔디드 (불어로는 캉디드 인가요?) 는 상상할 수 없는 여행을 합니다. Westphalia (Germany)에서 처음 공주를 사랑한 죄로 내쳐진 캔디드는 처음에는 살기 위해, 그 후에는 사랑하는 공주 Cunegande를 다시 만나기 위해, 스승 Pangloss, Cacambo the valet, Martin the philosopher 등등 많은 인물들과 함께 유럽, 아메리카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죠. 이 과정에서 캔...디 드의 사랑 공주는 수 차례 강간당하고, 팔리고, 늙어 예전의 아름다움을 잃습니다. 스승 팽글로스는 사형장에서 hanged 되지만 뭐 어떻게 또 살아나더군요. 이처럼, 여러 비극과 몇차례의 희극 (예: 엘도라도 방문), 마지막엔 그냥 밭을 일구며 사는 것이 어찌보면 안타깝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정말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내용이야 책 읽으면 다 아는 내용이지만, 동화같이 짧고 쉬운 책에서 느껴지는, 캔디드가 짊어진, 넓게 보면 등장인물 모두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대단히 난해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보았던 대립관계, 캔디드와 스승 팽글로스가 믿는 아이디어 "all is well - everything is concatenated in such a way that everything happens for the best (모든 일이 최상의 시나리오를 위해 일어난다)" 와 이의 정반대인 현실 세계의 가혹함이 주는 괴리감은 캔디드가 느끼는 심적 고통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합니다. 이 믿음을 캔디드에게 전파한 스승 팽글로스조차도 결말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위 사상을 믿지 않는다라고 화자가 밝히는 장면에서 인간의 믿음의 한계가 느껴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더군요.
이 책은 마치 볼테르가 캔디드라는 착한 낙천주의자에게 사랑이란 힘의 원천과 동시에 셀 수 없는 시련을 준 후, 그의 낙천적 성격과 사랑에 대한 loyalty가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테스트하는 사고실험 (thought experiment)의 과정을 담은 것 같았습니다. 책 초반에만 해도 멍청하게 보일만큼 착한 캔디드가 책 후반에서는 불신, 미움, 배신따위의 악한 감정을 느끼고 표출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인간의 진화입니다. 공주 Cunegonde는 늙고 추해졌고, 캔디드가 마침내 그녀를 Transylvanian Prince 에게 샀을 때 그는 공주와의 결혼을 그닥 달가워 하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결혼하게 됩니다. 책이 110페이지 가량 되는데, 그 중 100쪽을 공주를 위해 달려온 캔디드는 마지막 10페이지에서 늙은 공주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요? 읽는 저도 어이가 없었는데 그는 어떤 기분이였을지 안 당해보면 모르겠죠.
책의 결말이 정말 인상깊습니다. 제가 글 첫머리에 소개한 지문이 사실은 마지막 줄인데요. 그의 스승은 캔디드에게, 우리가 그 모든 고생을 하지 않았다면, 이 농삿일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말합니다. 이에 캔디드는 "모든 것이 좋아요. 하지만 밭을 갈아야 됩니다." 라고 말하는데요, 아직도 모든 것이 좋다는 낙천주의를 반영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밭을 가는 현실적인 노동을 더 중요시하는 현실주의적 캔디드로 바뀌였다는 암시일까요?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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